1. 플래시보 효과에 대한 정의 및 원리

 2. 사고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3. 영양제 섭취 시 효과를 높이는 방법

저자 소개

약사가 본업인데 어려운 건강정보 쉽게 전하다 보니 어느덧 20만 유튜버가 되어버린 오징어약사.
약사라고 약만 아는 게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어려운 건강 상식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재미있게 전합니다.

<실체가 없었는데요, 생겼습니다!>

오늘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 떠올려보세요. 여러분들이 아침에 먹었던 신선한 채소(가 아니 라면 내일은 꼭 도전해보세요!)의 맛과 식감이 떠올랐을 것입니다. 방금 저의 명령에 따라 한번 떠 올렸을 뿐인데 이 기억은 분명히 다른 날 아침식사의 기억보다 오래갈 것입니다. 자 이번에는 어깨를 으쓱으쓱해보세요. 그리고 팔 벌려 뛰기를 하듯 양팔을 옆으로 1초 간만 들어보세요. 자 이제 팔을 내리고 머리를 사용할 것입니다.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는데 왼팔은 상반신에 밧줄로 묶여있어 움직일 수 없고, 오른팔은 아까처럼 올라가는데 아까 느꼈던 어깨 근육의 탱탱한 감각을 떠올리며 근육의 탄성을 느끼며 유연하게 잘 올라가는 상상을 해보세요. 상상만 하는 것입니다. 딱 1분만 상상한 다음, 이제 실제로 양팔을 들어 올려 보세요. 어떤가요? 오른쪽이 왼쪽보다 힘이 덜 들면서 높이 올라가지 않나요?

마술쇼에서 본 적이 있어서 별로 놀랍지 않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여기엔 놀라운 원리가 숨어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현대의 연금술이라 생각합니다. 실체가 없는 것을 통해 여러분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실체가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방법,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상상이 가진 강력한 힘>

Cleveland Clinic Foundation의 운동 생리학자인 Guang Yue 박사는 20세에서 35세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주 5회 한쪽 팔의 팔근육을 단련하는 상상을 지시했습니다. 2주마다 체크를 하여 근력 테스트한 결과, 상상훈련을 했던 팔은 대조군 팔에 비해 근력이 13%나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한번 이렇게 성장한 근력은 3개월 동안이나 의미 있는 기간 동안 유지되었습니다.

아침식사 회상이나, 팔을 올리는 상상, 그리고 상상 근력 훈련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아침식사 회상의 경우, 여러분들이 제 명령에 따라 식사 메뉴를 떠올린 순간, 뇌 속에서 미각과 촉각, 시각을 담당했던 신경세포 사이에서 다시 한번 전기적 신호가 발생합니다. 전기적 신호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 신경 세포들 사이에 전기 신호들이 다닐 수 있는 도로가 깔린 것입니다.

<물리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

반대로 여러분들이 1주일 전의 식사 메뉴가 생각나지 않는 것은 해당 기억을 담당하는 도로가 시간이 지나 폐쇄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폐쇄될 뻔한 도로를 다시 만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여러분들 생각의 힘이었습니다. 팔 들어 올리기 상상이나 근력 상승 실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상훈련이라는,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이 강화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훈련의 결과가 팔을 더 높게 올라가게 만들기도 하며, 7kg의 아령을 8kg으로 바꾸는 물리적인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운동선수들이 경기 전에 실시하는 마인드 트레이닝과 마찬가지로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충분히 납득을 합니다. 하지만 의약품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집니다.

<플래시보 효과가 필요한 이유>

이것과 똑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플래시보(위약효과)”는 실험 데이터에서 오류 취급당하며 무시됩니다. (여기서 잠깐! 플래시보 효과란, 의학적 효과가 없는 가짜약을 복용시켰을 때, 실제로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하지만 단지 상상만으로 근력을 13%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약의 효과도 상상만으로 13% 상승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플래시보 효과를 적극 활용하는 편입니다.

약을 먹는 사람 입장에서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효과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약을 먹고, 이 약을 먹으면 전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실제로 근력을 상승시키듯 약효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약을 먹으며 의심하고 걱정하는 것은 일말의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한 가지>

약을 투약하는 사람 입장에서 저는 상담환자들에게 영양제를 투약할 때, 이 약은 제가 구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의 약이며(꼭 플래시보 때문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그렇습니다.) 효과가 나올 확률이 다른 약보다 높다고 꼭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지식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최대한 환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의사나 약사가 학습한 지식이 환자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환자 입장에서 그 지식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케어해주는 전문가가 그 지식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확신과 신뢰감입니다. 그것을 얼마나 잘 심어줄 수 있느냐도 환자의 상태개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왕 먹는 거 기분좋게 먹자>

일반인 입장에서도 이 신뢰감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부모는 최고의 신뢰 대상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영양제를 줄 때 이 약은 <키 크는 약> <똑똑해지는 약>이라고 꼭 말하면서 줍니다. “키 크는 약 먹자!” “똑똑해지는 약 먹자!” 실제로 아이들은 약을 먹 으면 키가 크고 똑똑해진다고 당연하게 믿고 생각하니 효과가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아이와 마찬가지로 연로한 부모님에게도 이 방법이 통합니다. 부모님께 영양제를 드릴 때도 반드시 영양제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해주세요. “이 약은 내가 아는 약사 중에 가장 신뢰하는 약사인 오징어 약사가 추천하는 약입니다”라고 언제든지 제 이름을 파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