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에게 맞는 영양제를 찾는 방법

 2. 빠른 실패가 도움이 되는 이유

 3. 영양제 실패로부터 얻게되는 교훈

저자 소개

약사가 본업인데 어려운 건강정보 쉽게 전하다 보니 어느덧 20만 유튜버가 되어버린 오징어약사.
약사라고 약만 아는 게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어려운 건강 상식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재미있게 전합니다.

<하나가 맞다면 하나는 틀리다>

2020년 코로나가 세상을 덮친 다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거리엔 배달음식 오토바이가 눈에 띄게 늘었으며, 집에서는 화상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어색하지 않게 보였고, 친구들 단톡방에서는 “투자”관련 대화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화의 대부분은 육아, 영화, 맛집 같은 소재의, 약의 전문가들이 취미를 공유하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저는 제 친구들이 약사인지, 증권사 애널리스트인지 아니면 미래를 내다보는 카산드라(그리스 로마 신화 속 트로이의 예언자)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재밌는 것은 이 예언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시장이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보는 자도 있었고 이제 좋은 날은 다 끝났다는 절망을 보는 자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멀티 유니버스가 아니기에 둘 중 한 명의 의견이 맞다면 다른 쪽은 완전히 틀립니다. 보통 이렇게 판단하기 힘든 선택지가 나올 때, 저는 그 판단의 근거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확인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많아도 너무 많은 건강정보>

어떤 현상에 대해 나의 친구가 주장하는 “미래”는 내 친구가 창조해 낸 것이 아니라 다른 어느 누군가들(유튜버, 전문가, 교수…)이 말하는 “미래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내 친구는 수많은 “미래들”중에 (우연히 발견하거나, 유튜브 추천 영상 따위 대부분 내 의지와 상관없는 방식으로) 마침 자신의 눈에 들어온 “미래”를 취사선택하여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자부심을 갖고 자신이 행할 행동의 근거로 활용합니다.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 그럴싸한 근거들을 황금빛 실로 수놓았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벌거벗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확고하게 밝은 미래를 내다보던 수많은 카산드라들은 지금 눈가리개를 차고 긴 동면에 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건강 칼럼에서 화제용으로 도입한 서론 치고 좀 길었나요? 저도 지금 눈가리개를 차고 동면에 들기 직전이라 아무래도 감정이입이 좀 세게 들어갔나 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여러분들의 건강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하는 측면에서도 나름 중요한 문제라서 설명이 길었습니다. 투자시장에 대한 예측만큼은 아니더라도 건강에 대한 이야기도 상반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리고 누구한테는 틀린 이야기가 나에게는 맞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영양제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도 한 번쯤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건강정보, 모두 믿으십니까>

지금 네이버 검색창에서 <당뇨에 좋은 영양제> 혹은 <치매에…> <수면에….> 이런 검색어들을 입력해 보세요. 수많은 각기 다른 영양소들이 자신이야말로 그 질병에 대항해 싸울 최고의 무기라고 서로서로 손을 들고 있습니다. 어느 날 여러분의 유튜브 앱을 열었는데 추천 영상으로 뜬 “당뇨에 좋은 영양제”라는 영상이 업로드되었다고 해보겠습니다. 어떤 잘생긴(?) 유투버가 당뇨엔 “크롬”이 들어간 영양제를 먹으라고 했습니다. 생긴 것이 맘에 들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누르고 뭐라고 하는지 들어봤더니 어느 날은 또 당뇨에 “마그네슘과 아연”이 좋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또 이번엔 “이노시톨”이 당뇨에 좋다는 이야기까지…(사실 아직 제가 이노시톨 이야기를 해드린 적은 없습니다)

당뇨라는 증상에 한 사람이 하는 이야기도 이렇게 많은 영양소들이 언급되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증상에 관한 세상 모든 정보를 다 찾아볼 수 없기에 여러분이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저만 따라오면 된다고 이야기를 드리고 싶으나 저는 여러분들이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을 바랍니다. 왜냐하면 저는 유튜브에서는 건강 문제에서 여러분들의 미래를 예언하는 카산드라이며 동시에 약국에서는 제가 아닌 다른 카산드라의 이야기를 듣고 온 사람들과 그들의 미래 건강에 대해 매일 논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경험을 직접 해봐야 합니다.

<못 믿는다면 빠르게 실패하십시오>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은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가 자신의 의견을 공감하고 자신이 들어본 영양소를 추천해주길 바랍니다. 어떨 땐 마음속에 이미 어떤 영양제를 생각하고 그저 확인을 하러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경우 드시고 싶은 대로 다 드셔 보시고 다시 오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이것이 오늘 이야기할 주제인 <빠르게 실패하기>입니다.  여러분들이 드셔 보고 싶은 영양제는 일단 다 드셔 보십시오.영양제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제품의 품질이 형편없거나
2. 고품질을 썼더라도 방향성을 잘못 잡았거나
3. 영양제로 해결 불가능한 상황이거나.

<영양제 효과를 못 느끼는 이유 3>

1. 제품의 질이 형편없다면 먹었을 때 효과를 못 볼 것입니다.효과를 못 봤다는 실패를 빠르게 겪고 나서야 여러분들은 a. 더 좋은 질의 제품을 시도해보거나, b. 추가로 다른 조합의 영양제를 성공할 때까지 시도해보거나 아예 포기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함량이 낮고 흡수율이 떨어지는 제품이더라도 여러분의 몸 상태가 그 정도만 들어와도 약효가 나온다면 그 형편없는 제품이 여러분들에겐 밝은 미래입니다.

2. 방향성을 잘못 잡았을 때도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입니다. a. 보조 영양소 추가 조합을 시도하거나 b. 그 방법이 틀렸으므로 중단하거나.만약 추가 조합을 통해 효과가 나온다면 방향성이 옳은 것으로 확인이 된 것입니다. 만약 이런 방법으로도 효과가 없다면 방향성이 틀린 것이므로 더 이상 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방향성이 틀린 것은 틀린 것 나름으로 몸의 균형이 깨진 것을 판단할 때 중요한 힌트가 됩니다. 결국 이 경우에도 빠르게 실패한 것이 힌트가 되어 다음 영양제를 설계할 때 중요한 자원이 됩니다.

3번 영양제로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은 그 어떤 영양제를 먹어도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입니다.이 경우라면 빠르게 실패해서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지 밑 빠진 독에 영양제 물을 부어봐야 소용없습니다.

<나에게 맞는 영양제를 찾는 여정>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투자를 잘하는 편입니다.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며 지금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도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채, 시도를 했을 때 실패였다면 반성하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뼈에 새겨 넣으려 하는 편입니다(그럼에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느 누구에게 어떤 영양제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일단 드셔 보시고, 성공을 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실패를 했다면 그 실패를 그냥 날려버리지 마십시오. 우리는 어떤 귀한 것을 얘기할 때 “돈 주고도 못 산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합니다. 제가 봤을 때 여러분이 그동안 겪은 수많은 영양제 실패들이야 말로 돈 주고도 못 살 귀한 데이터입니다.(엄밀히 따지면 돈 주고 산…)빠르게 실패해보시고 반드시 그 실패를 바탕으로 재도전하여 여러분들에게 잘 맞는 영양제를 찾아보세요.